노인을 위한 충언

치매 증상의 호전을 위한 양약

관리자
2021-04-21
조회수 449


  유 보 현 목사

올해 밝은집 요양원의 어르신 중, 귀댁하신 분 다섯 분 중, 치매가 있으셨던 분이 세 분입니다. 다른 요양원이 아닌 댁으로 자녀들이 

모시고 갈 정도가 되신 것은 저희들 나름의 보람입니다.
치매로 입소하신 분들 중에는 성격변화로 인하여 거칠고 폭력성이 심해 다른 요양원에서 퇴소 당하신 분들도 계셨고, 밤새 배회하시고, 

낮에도 지켜보아야 하는 어르신과, 칼날같이 예민해 지셔서 가족 간의 불화와 갈등의 원인이 되셨던 어르신도 계십니다.
저의 26년 경험을 보면 가족들이 견디기 어려웠던 치매도 수발자와 주위환경에 따라 호전되고 공동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사회성을 

회복하여 어둡고 화난 표정이 밝고 편안해지시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치매 어르신을 지지해 드려서 자존감을 높여 드리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셔도 웃지 않고 진지하게 중요한 이야기처럼 잘 들어 드립니다.
문제를 일으키신 때는 왜 그렇게 하셨는지 묻고, 금방 잊어버리실 것이지만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눈을 보고 매번 이야기 하였더니, 

얼마 지난 후 같은 문제를 반복하시고는, ‘참 또 그랬지!’ 하며 미안한 표정으로 기억하시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가만히 계세요’ ‘가만히 계시는 게 도와주시는 거예요’라는 말은 금기입니다.
간단한 일을 일부러 만들어 도움을 요청하고 ‘도와 주셔서 일이 빨리 끝났네요“”라고 말씀 드리면 매우 기뻐하시며 그 일을 맡아 훌륭히 잘하시게 됩니다.
밝은집에서는 세탁물을 어르신들이 아주 즐겁게 개켜주십니다.
항상 무단가출을 시도하시는 어르신이 현관문을 열려고 하시면 “저 노인네 또 나갈라구 한다!” 망보시는 일도 하십니다.
그 때마다 큰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를 하면 어떤 칭찬보다 ’그 일’을 더 잘 기억 하십니다. 가셔서는 안 될 곳을 가려하시면 ‘가시면 안돼요’라고 하지 않고

 ‘거긴 금지구역 이예요!’ 라고 하여 혼자만 억제 당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곳임을 알려드리고 부당한 억지를 부리시면

 “이건 공동규칙이라 모두 지키시는 거예요”하고 말씀드려 자존심을 지켜드립니다.
물론, 이런 저런 노력도 허사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입소 첫날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지시고 거친 욕을 하시고 제 뺨을 거푸 때리시는 어른을 안아드리고 피하지 않고 맞아드렸더니 그 다음날 아침에는 

친숙한 자녀처럼 기분 좋게 아침인사를 하셨던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불면증과 지나친 배회는 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생활, 지지받고 존중받는 인간관계, 자유롭고 통제 받지 않는 환경, 

미소와 스킨쉽이 자연스러운 도우미, 잘 부르시던 옛 노래를 함께 부르고 어릴 적 고향 동네이름, 학교 등을 외워 그리운 시절로 안내하는 맞춤 대화자가 

있으면 거의 좋아지십니다.
자식이름도 모르시던 분이 면회 온 친척들 이름을 대뜸 부르며 안부하시고 우울증 어르신이 밝게 웃으며 대화가 가능해지시는 일은 종종 있는 일입니다.
물론 힘 드는 일입니다. 인내의 한계도 느끼실 것입니다.
그러나 치매를 걸리고 싶어 걸린 분들은 없으며 우리들의 노년도 본의 아니게 타인을 힘겹게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원치 않는 삶을 사시게 된 불행한 어른을 고독하게 만드는 것은 차마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치매 어르신께 눈 맞추고 귀 열고 웃어 드리는 일, 참 양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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