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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가루를 털어내며

관리자
2021-04-20
조회수 171

    2001. 5. 15

가뭄이 길어 줄어든 계곡 물이지만
빨래를 흔들어 거칠 것 없는 봄볕에 널어놓으면
옷감은 더욱 희어져
할머니들은 “옷이 빛이 난다”고 하셨는데

오늘, 빨래를 걷다보니
흰옷에 노오란 송화가루 물이 들어 있었습니다.
다시 헹구어 실내에 널고
자동차 지붕에, 들마루에, 화덕에, 의자에
노랗게 내려앉은 송화가루를 털어냅니다.

유난히 눈이 많던 지난겨울,
솔잎에 얹힌 눈이 힘겨워
가지를 늘어뜨리고 봄을 기다리던 잣나무, 소나무

오월,
청정한 색깔로 송화가루를 힘차게 날리며
서로의 몸을 맞부비며,
추위를 견딘 지난 이야기를 기쁨으로 나누겠지요?

이 다음, 이 다음에
하늘나라에 우리 모이면
추운 세상에서
둥지 잃은 어린 새 같아,
우리가 함께 품어드린
이 세상의 여린 영혼들 얘기....기쁨으로 나누겠지요?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1년 5월 15일
잼박골 송화가루 숲에서

                          유보현 전도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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