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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로의 불씨를 헤치며

관리자
2021-04-20
조회수 265

      2000. 12. 11

오늘 하루
하늘은 얼룩 하나 없는 남빛 색종이였습니다.
바람은 차고
젖은 땅바닥은 시멘트처럼 굳었으나

사이다 같은 겨울공기를 마시며
이곳저곳 뛰어다니다가
...저녁을 맞았습니다.

화로에 발갛게 달아오른 숯불을 담아
분같이 고운 재를 덮어 꼭꼭 눌러놓고

이따금씩 인두로
아름답게 빛나는 생명 같은 불씨를 헤쳐 봅니다.

언 몸이 녹으며
방안이 훈훈하고 아늑하고 따뜻해집니다.

화로의 불씨를 헤치며,
조용히 우리 식구들의 겨울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시는
불씨 같은 분들을 생각합니다.
밝은집을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0년 12월 11일
잼박골 화롯불 옆에서
                             유보현 전도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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