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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을 꿈꾸며

관리자
2021-04-20
조회수 275

  2005. 12. 1

잣나무도 도토리나무도
제 씨앗 하나 못 키우고

때 이른 매운 서리에
물색 옷 하나 간수하지 못한 나무들.
한해 가는 것이 아쉬운 듯 두런거립니다.
휘영청 달 밝은 밤 마당가에서.

모든 것이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열 살도 안 된 나무가 어찌 알겠어요.

뙤약볕 들판에 한 철을 엎드려 살아도
겨우살이 마련이면 편안한 農心은
이제 숭고한 도(道)처럼 우리를 깨우칩니다.
때로는 뜻대로 안되는 것이 세상이라고.

올 한해는 기어이 해내리라 내달렸어도
배앵 뱅 제자리에 머문 듯 허허로운 초겨울 한밤.
골짜기 냉기를 쓸어내린 찬바람이 휘돌아 감아도
다시 새봄의 밑그림을 그려 봅니다.
소중히 쌓아 올릴 낟가리를 꿈꿉니다.
어릴 적, 영차 영차 함께 발맞추어 가던 운동회동무처럼
손잡고 함께 가는 고운 님들을 생각합니다.
황홀한 묵화 한 점 같은 풍경 속에서.

왼발 오른 발..함께 걸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5년 12월 1일
깊은밤 잼밭골 밝은집에서
 유보현 목사와 원춘자 전도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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