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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 . .한 발 물러 서면서

유보현 목사
2022-12-19
조회수 231

새삼스레

낙엽송 높은 가지 끝을 올려 다 보았습니다.

고개를 젖혀 올려다 보려니까 어지러웠습니다.


이제는 나무 끝 꼭대기도 못 올려다보겠네.

그만두고

먼 산,

잎을 떨군 능선을 따라 가지런히 늘어 선 우둠지를 봅니다.

제 각각 단풍으로 멋을 내던 나무들이

이제는 같은 색깔로 만물의 이치에 순응합니다.


그렇지요.결국 우리도 각각의 무새 옷으로 뽐내다가

같은 색, 옷을 입고 갈길로 가겠지요.

만물의 일물로.


천국의 아침도 해가 뜰까요?

어두움이 없어도 달은 뜰까요?

우리의 맞춤 옷, 영화로운 맞춤옷은

혹시 선녀가 입었던 하늘 하늘 날개 옷은 아닐까요?


나는 조금 더 큰 키를 갖고 싶어요.

나는 조금더 날씬한 몸으로 지내고 싶어요.

천국은 내맘대로 될까요?

천국에서도 소원이 필요할까요?


사람만 '돌아' 갑니다.

사람만 본향에 돌아갑니다.

본향은 아버지 집, 아버지가 기다리십니다.


인생 중허리에 양평에 내려 와

어느덧 32년.

이제 귀향의 옷을 준비하며 한 발 물러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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