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가을 바람은 소리도 없이

유 보현 목사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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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바람이 살랑 거린다.

아직 

어린 풀, 뾰족히 내민 나무잎새에,

상처라도 입힐라 

봄에는 바람도 맘이 여리다.


여름 바람은 커다란 다 자란 청년같은 바람.

물통도 채워 놔야 제 자리를 지키고

정원 플라스틱 의자는 제 맘대로 처마밑에 쌓아 놓고

파라솔은 피난 가지 않으면 열기구처럼 하늘로 날아 오른다.


오늘 밤 

초가을 바람이 조용하다

벚나무 단풍잎을 한잎 두잎 세어가며

손부리 재주있는 얌전한 새댁처럼

잔가지 떨켜에서 노랑 빨강 잎을 떼어 날린다.

얼굴에 닿아도  머리에 얹혀도

무겁지도 않아

소리도 없어

가을 밤바람 속에  

나도 마당 쓸다  나무에 비스듬히 세워 놓은 빗자루처럼  침묵하자..

몸을 숨긴 풀벌레는 고요의 점령군.


겨울 바람은 사납다

산 위에서 부터 내려 달려와

제 힘을 못 이겨 

숨이 거칠다.

겁먹은 마른  잎들이  회오리 바람으로 돌다가

마당 귀퉁이에 숨어 모여 체온을 나누고 

조근 조근 흉을 보아도

겨울 바람은 우리를 집안에 가두고. ..

계절마다 다른 바람

바람 닮은 인생.

이리하여 우주의 공간은 분 초의 멈춤 없는 창작 무대.

가벼운 생각을 말자.

무지하므로 무념하자 무념자여.

만물의 이치는 오직 창조주의 아심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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