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 세그루
큰 나무는 아니지만 태풍에 떨어질세라 단단히 가지를 붙잡고 매달려
사나운 바람고비를 넘긴 대견한 대추.
지난 해. 아직 익지도 않은 대추를 몽땅 따서
당신 방 바닥에 깔아 놓으셨던 휴양원 어르신.
올 봄 부터 정원에 나오시는 게 뜸해지셨다.
"구십 여섯이 되니, 나가는 것도 힘들어요"
얼마나 궁금하실까.
얼룩 덜룩 붉은 무늬로 익어가는 대추.
나무 아래 모자를 받치고 먼저 익은 열매를 조금 땄다.
해먹에 널어 놓고 큰 놈으로 몇개 골라
거실로 들어 가니 화투를 치신다.
"어르신, 대추 몇개 따왔어요. 아직은 덜 익었는데 궁금하실것 같아서 . . "
"아이구, 작년보다 더 잘으네요, 작년엔 굵었는데"
" 올해는 잘고 많이 열지도 않았어요. 우선 맛보시고 더 많이 익으면 또 따다 드릴게요"
처음 밝은집에 오셨을 때는 화단 꽃가꾸기 꽃나무 물주기 . . .
행여 병 나실라 쉬시라 하여도 꽃, 나무 좋아 얼굴이 봄볕에 그을렸던 어르신.
성경도 부지런히 두번이나 쓰셔서 아드님 따님에게 선물하신 어르신.
육년이 흘렀다.
그사이, 그 좋아 하시던 취미생활도 힘겨워 못하시고
대추 구경도 벅차시고 . . .
윗 정원, 아래정원, 가을장미도 빛이 곱고 구절초 단아한 꽃이 만발했는데
거실에 앉은채로 목소리만 쨍쨍 하시다.
해마다
지팡이 없이 가족으로 오시는 휴양원 어르신 .
나날이 더 작아지셔서 요양원으로 이사하시는 어르신.
재회를 약속하며 떠나 보내드린 어르신.
한점 구름같은 인생,
만나고 흩어지는 구름.
나도 흰머리가 더 늘어 났다.
대추나무 세그루
큰 나무는 아니지만 태풍에 떨어질세라 단단히 가지를 붙잡고 매달려
사나운 바람고비를 넘긴 대견한 대추.
지난 해. 아직 익지도 않은 대추를 몽땅 따서
당신 방 바닥에 깔아 놓으셨던 휴양원 어르신.
올 봄 부터 정원에 나오시는 게 뜸해지셨다.
"구십 여섯이 되니, 나가는 것도 힘들어요"
얼마나 궁금하실까.
얼룩 덜룩 붉은 무늬로 익어가는 대추.
나무 아래 모자를 받치고 먼저 익은 열매를 조금 땄다.
해먹에 널어 놓고 큰 놈으로 몇개 골라
거실로 들어 가니 화투를 치신다.
"어르신, 대추 몇개 따왔어요. 아직은 덜 익었는데 궁금하실것 같아서 . . "
"아이구, 작년보다 더 잘으네요, 작년엔 굵었는데"
" 올해는 잘고 많이 열지도 않았어요. 우선 맛보시고 더 많이 익으면 또 따다 드릴게요"
처음 밝은집에 오셨을 때는 화단 꽃가꾸기 꽃나무 물주기 . . .
행여 병 나실라 쉬시라 하여도 꽃, 나무 좋아 얼굴이 봄볕에 그을렸던 어르신.
성경도 부지런히 두번이나 쓰셔서 아드님 따님에게 선물하신 어르신.
육년이 흘렀다.
그사이, 그 좋아 하시던 취미생활도 힘겨워 못하시고
대추 구경도 벅차시고 . . .
윗 정원, 아래정원, 가을장미도 빛이 곱고 구절초 단아한 꽃이 만발했는데
거실에 앉은채로 목소리만 쨍쨍 하시다.
해마다
지팡이 없이 가족으로 오시는 휴양원 어르신 .
나날이 더 작아지셔서 요양원으로 이사하시는 어르신.
재회를 약속하며 떠나 보내드린 어르신.
한점 구름같은 인생,
만나고 흩어지는 구름.
나도 흰머리가 더 늘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