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마침표를 들고

관리자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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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일          유보현  목사

 

건축 부지를 마련하려고

돌을 쪼아 내린 절개지.

  

한 단이 5m, 7단이니 35m.

아래에서 쳐다보면 까마득한데

엉금으로 기어올라 내려다보니

어지러워....딱 한번만 올랐다.

  

참 여러 일을 벌였었다.

참 겁도 없었다.

결핍이 보이지 않고 무섭지도 않고

한 옹큼의 씨앗이 태산만한 낟가리 같았었다.

  

마흔을 좀 넘어 접어든 길,

23년 세월에 백설이 머리에 얹히고 

마당에서 귀를 기우려도

어르신들 숨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쳐다보아도

어르신들 잠드신 모습이 보인다.

  

한 밤중.

휘파람새소리에 이끌려 밖으로 나오면

달빛 속에 고요히 서 있는 밝은집.

  

한 바퀴 돌고

다시 마당 한 가운데 서면

오고 간 계절이 일렬로 서서

“이제는 한숨 돌려라. 짐을 벗어라” 속삭인다.

  

그래야겠지. 이젠 그래야겠지.

부항기 몸에 달고 무얼 더 하겠어.

나를 찾아 나를 만나야겠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 너머, 하나님이 내려다보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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