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좀 더 시간을 주세요

관리자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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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7                           유 보현 목사

 

처음 뵌 날, 병원 치료를 마치고 오신 어르신은 지치고 외로워 보이고 힘들어 보이셨습니다. 

모든 희망을 놓아 버린 것 같은 표정이셨지만 그러나 눈빛은 고독한 레지스땅스처럼, 

동의할 수 없는 운명에 저항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햇솜 포대기로 그 마음을 감싸드리고 싶었습니다.

요양팀장이 어르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나름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부르시면 급히 달려가고 원하시는 일을 끝내고 방에서 물러나올 때는 두손을 모아 구십도 배꼽인사를 하였습니다. 

어르신은 차차 마음을 열고 표정이 순해지시고 웃기도 하시며 거실에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시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도 하시고 다른 분에게 관심도 가지시게 되었습니다.

입소하신 지 꼭 스무 날, 직원 문상을 위해 밝은집을 비운 저에게 어르신이 심장이상으로 병원 후송 중이라는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병원으로 달려오는 길이 너무 멀고 더디게 느껴졌습니다.

“하나님! 우리와 어르신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어르신! 우리에게 조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조금만 더요”

응급실에는 간호팀장이 곁에서 지키고 있고 어르신 몸에는 심정지를 막기 위한 

모든 처치가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거실에서 하시고 TV를 보시다가 방에 들어가신지 20분 정도 지나 

저녁케어를 하러 들어 간 직원에 의해 이상이 발견되어 즉시 심페소생술을 실시하며 119에 요청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비보를 듣고 달려온 자녀들에 의해 어르신은 서울 병원으로 이송되셨으며 다음날, 새벽별세 소식을 듣고 낮에 문상을 갔습니다.

어르신이 너무 일찍 떠나신 것이 우리의 부족 때문인 것 같아 송구하였는데 자녀분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감사하다고 하셔서 더 송구했습니다

그런데 음료수를 사이에 두고 따님이 “우리 아버지 구원 받으셨을까요?”하고질문하였습니다. 원장 전도사님과 저는 잠시 마주보았습니다.

“구원은 하나님만이 확실히 아시니 뭐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난 주일에 예배드릴 때, 처음부터 나오셔서 끝까지 한 시간이나 잘 들으시고 

오후 예배 끝나고 제가 방에 들어가 몸의 피부상태를 살펴보고 여러 얘기를 했는데 다 받아 들이셨어요. 

다음 주에는 이 설교를 듣지 못하실 분도 계실 수 있다는 생각에 주일 설교마다 저는 구원에 대한 설교를 합니다.

따님이 아버지 구원을 기도제목 삼으셨으니, 하나님께서 부친의 생명을 연장하셔서 

밝은집으로 인도하시고 마지막 주일을 성수하고 복음을 들으셔서 구원으로 인도하신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복음은, 예수님이 성육신하신 성자이시며 십자가 구원을 이루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이심을 전하는 것입니다. 

믿어 구원에 이른 성도에게는, 성도로서의 도의적 기준과 삶의 책임이 있어 

그 또한 깨우쳐 지키게 하여야 하나, 설교자는 부활의 증거자이며 설교는 원죄, 죄 씻음, 영생을 담아 전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즐겁게 설교하고 부담감 없이 오라고 해야 교회가 부흥된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부활을 증거 하는 것이 첫째입니다.

이담에 천국 가면 어르신을 찾아 상면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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