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마굿간 야간 순행

관리자
2021-04-21
조회수 367


 2015년 2월 26일                          유보현 목사

  

엘리트 어르신이 입소 하셨습니다 

서울대학교 나오신 어르신입니다.

전에 계시던 요양원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하여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입소 가능한 요양원을 찾다가 우리 가족이 되셨습니다.

자꾸 밖으로 나가시려고 하시고 자동차 key가 있느냐고 물으시니

직원들이 힘이 좀 들지만 다행히 실내가 넓어 무단가출의 횟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안됩니다’‘나가지 마세요’하면 폭력이 나오시지만 남자 직원을 포함한 경험 많은 직원들이 24시간 근무하며 잘 지킵니다.

그렇긴 해도 어질고 점잖으시고 다른 분도 배려하시는 선한 어른입니다.

그런데 이 어르신이 자꾸 다른 요양실 문을 여시고 들어가려고 하시고 창문들도 틈이 나게 열어 놓으라고 명령(?)하시니 그게 제일 난감했습니다. 

아직 겨울인데 “공기가 통해야지..” 하시면서.

낮에는 이끝에서 저끝까지 60m, 넓이 3m 되는 온돌 복도이므로

다른 어르신도 운동을 하시니 괜찮은데

한밤중에 그것도 자정 쯤 야간 순행을 하려고 하십니다.

열심히 대화하며 병원치료 중이니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제시간에 잠이 드시고 안정이 되시겠지만 아직은 고집이 나오십니다.

그러던 중 남자 직원이 야간 순행의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어르신은 제주도에서 말 목장을 하셨다고 합니다.

말은 한 마리씩 자기 방에서 서서 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르신은 말을 사랑하시는 주인님으로서 밤사이에 말을 살피러 순행하시는 것입니다.

긴 복도 양 편에 있는 요양실 방문들이 마굿간(?)이 되는 순간입니다.

우리들은 이해해드리게 되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어떻게 말 걱정을 덜고 편안히 밤잠을 드시게 할지 연구제목이 되었습니다.

아직 어느 한사람도 어르신을 위한 방안을 내놓지 못했지만요.

“어르신, 말들이 다 잘 있습니다”문 열어 보시기전에 보고를 할까요?

그러면 방안에 곤히 잠들어 계신 어르신들께 실례 무례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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