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욕을 하셔도 괜챦아요

관리자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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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1                                 원 춘자 요양원장

  


키 큰 어르신이 걸어오십니다.

‘아니, 박ㅇ선 어르신 아니세요? 이렇게 잘 걸으시네.’

빙그레 웃으시며 눈을 꿈벅꿈벅 윙크를 하십니다.

직원들이 함께 웃자 어르신도 소리 내어 웃으십니다.

  


박ㅇ선 어르신은 작년 초여름에 입소하셨습니다.

우리들이 아무리 눈을 마주쳐 관심을 끌려고 재롱(?)을 떨어도 무표정으로 일관하셨습니다.

의사선생님은 뇌 기능 회복은 기대하지 말라 고 하였다지만 우리는 소망을 가지고 어르신을 지지해드려서 기분 좋게 해드리려 했고 

소파에 앉아계시던 어르신이 일어나시기라도 하면, 다른 어르신들도 ‘박ㅇ선 어르신이 일어 나셨어요-’ 하시고, 

직원들은 만사 제치고 대화를 하며 느린 걸음으로 함께 걸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좋아지시는 것 같다가도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셨고 몸에 강직이 있어 잘 앉으실 때까지 마음이 놓이지 않던 어르신이었습니다.

낙상 1순위 어르신의 발걸음이 이렇게 달라지시다니...

걸음걸이는 안정적이 되셨고 좋아, 싫어, 이쁘다, 등 간단한 표현을 하시며 당신 주장을 굽히지 않으시는 고집쟁이 말썽꾼이 되셨습니다.

시선을 끌며 부지런히 걸어오신 어르신이 조용히 한마디 하십니다.

“OO”

가까이 있던 직원이 깔깔대며 웃습니다.

잘 못들은 우리가 무슨 말씀 하셨는지 묻습니다.

“열여덟을 찾으시네요. 야아! 이제 욕도 잘하시네?”

잘못 없이 욕을 들은 우리들이 모두 웃습니다.

어르신이 또 꿈벅 꿈벅 윙크를 하시면서 웃습니다.

“근데, 왜 욕하셨어요? 우리가 좋아서 욕하셨어요?”

끄떡 끄떡 하시고 웃으십니다.

모두들 다시 웃었습니다.

  


어르신! 욕하셔도 괜찮아요, 담 번에는 사랑의 단어도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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