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31 조 은실 요양B팀장
밝은집 어르신들은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드시는 편입니다.
요양실도 넓고 휴게실도 넓고 복도도 넓으니 낮 동안의 넓은 활동반경이 저절로 운동이 되어 어르신들이 잘 주무시는 편입니다.
이른 잠이 없으신 분들은 몇 분씩 친한 분끼리 복도에 앉아 도란 도란 얘기를 나누시다가
“이제 그만 잡시다” 하시고 마실 왔다 돌아가는 할머니들처럼 각자 방으로 가셔서 주무십니다.
그러면 우리 요양팀원들은 TV소리를 더 낮추고 일지를 기록하고 온돌 복도에 각자의 침구를 펴고 누워 대기 근무를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라운딩을 하며 기저귀를 살펴 드리면서 우리도 각자 자리에서 쉽니다.
그런데 오늘 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밤 중, 갑자기 “누구 없어?” 큰 소리와 함께 귀가 어두우신 김O수 어르신이 복도로 나오셨습니다.
남자 요양사 선생님이 얼른 일어나 손을 잡고 방으로 모시고 들어가면서 조근 조근 대화를 합니다.
“왜 아무도 안 보여?”
“밤중이라 다 주무시지요. 저기 보세요, 밖이 깜깜하잖아요.
조금 더 주무시고 밝으면 일어나셔야 낮에 피곤하지 않으세요”
조용한 밤중이라 다른 어르신이 깨어 일어 나실까봐 우리는 초긴장입니다.
치매어르신이 깨시면 밤새 안주무시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어르신이 자리에 다시 누우시고 순하게 잠을 청하시는데
“언니, 언니” 김O회 어르신이 부르시는 소리가 들립니다.
즉시 달려갑니다. 온돌방이니 어르신 옆자리에 누워 손을 잡고
“왜 일어 나셨어요?” 가만히 여쭈어 봅니다.
“우리 애들이 왔다 갔어요?”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낮에 오랜만에 따님이 오셨다가 어머니가 너무 곤히 잠이 들어 계시니까 얼굴만 뵙고 그냥 갔는데 어떻게 아실까요?
부모는 자식들의 체온, 그 온기와 모든 것을 느끼시나 봅니다.
“낮에 왔었는데 어르신이 주무시니까 곁에서 있다가 갔어요”
“나를 깨우지”
“또 온다고 깨우지 말라고 그러고 갔어요. 또 올 거예요”
천륜이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지 새삼 깨닫습니다.
어떻게 아실까요? 어떻게 느끼실까요?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아쉬워하시는 어르신이 다시 잠드시고 내 자리로 돌아옵니다.
새벽 3시 30분.
조금 쉬었다가 다시 아침 일과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새벽을 깨우는 사람’입니다.
어르신들이 불면의 긴긴 밤을 잠들지 못하시거나, 배회하시거나, 누군가를 그리워하실 때, 곁을 지키며
단잠에 드시도록 아기같이 다독여 드리고, 배회하시면 손을 잡고 산책하듯 걷습니다.
다시 조용해지면 고요속에 어르신들 숨소리가 들립니다.
편하신 숨소리를 들어야 우리 맘도 편안합니다.
괴로워하시면 우리 맘도 아픕니다.
나는 맘속으로 오늘도 다짐합니다.
내 자신을 아낌없이, 힘을 다해 돌보아 드려야겠다고.
우리는 밤을 지나 새벽을 여는 밝은집 어르신 섬김이입니다.
2018.12.31 조 은실 요양B팀장
밝은집 어르신들은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드시는 편입니다.
요양실도 넓고 휴게실도 넓고 복도도 넓으니 낮 동안의 넓은 활동반경이 저절로 운동이 되어 어르신들이 잘 주무시는 편입니다.
이른 잠이 없으신 분들은 몇 분씩 친한 분끼리 복도에 앉아 도란 도란 얘기를 나누시다가
“이제 그만 잡시다” 하시고 마실 왔다 돌아가는 할머니들처럼 각자 방으로 가셔서 주무십니다.
그러면 우리 요양팀원들은 TV소리를 더 낮추고 일지를 기록하고 온돌 복도에 각자의 침구를 펴고 누워 대기 근무를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라운딩을 하며 기저귀를 살펴 드리면서 우리도 각자 자리에서 쉽니다.
그런데 오늘 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밤 중, 갑자기 “누구 없어?” 큰 소리와 함께 귀가 어두우신 김O수 어르신이 복도로 나오셨습니다.
남자 요양사 선생님이 얼른 일어나 손을 잡고 방으로 모시고 들어가면서 조근 조근 대화를 합니다.
“왜 아무도 안 보여?”
“밤중이라 다 주무시지요. 저기 보세요, 밖이 깜깜하잖아요.
조금 더 주무시고 밝으면 일어나셔야 낮에 피곤하지 않으세요”
조용한 밤중이라 다른 어르신이 깨어 일어 나실까봐 우리는 초긴장입니다.
치매어르신이 깨시면 밤새 안주무시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어르신이 자리에 다시 누우시고 순하게 잠을 청하시는데
“언니, 언니” 김O회 어르신이 부르시는 소리가 들립니다.
즉시 달려갑니다. 온돌방이니 어르신 옆자리에 누워 손을 잡고
“왜 일어 나셨어요?” 가만히 여쭈어 봅니다.
“우리 애들이 왔다 갔어요?”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낮에 오랜만에 따님이 오셨다가 어머니가 너무 곤히 잠이 들어 계시니까 얼굴만 뵙고 그냥 갔는데 어떻게 아실까요?
부모는 자식들의 체온, 그 온기와 모든 것을 느끼시나 봅니다.
“낮에 왔었는데 어르신이 주무시니까 곁에서 있다가 갔어요”
“나를 깨우지”
“또 온다고 깨우지 말라고 그러고 갔어요. 또 올 거예요”
천륜이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지 새삼 깨닫습니다.
어떻게 아실까요? 어떻게 느끼실까요?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아쉬워하시는 어르신이 다시 잠드시고 내 자리로 돌아옵니다.
새벽 3시 30분.
조금 쉬었다가 다시 아침 일과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새벽을 깨우는 사람’입니다.
어르신들이 불면의 긴긴 밤을 잠들지 못하시거나, 배회하시거나, 누군가를 그리워하실 때, 곁을 지키며
단잠에 드시도록 아기같이 다독여 드리고, 배회하시면 손을 잡고 산책하듯 걷습니다.
다시 조용해지면 고요속에 어르신들 숨소리가 들립니다.
편하신 숨소리를 들어야 우리 맘도 편안합니다.
괴로워하시면 우리 맘도 아픕니다.
나는 맘속으로 오늘도 다짐합니다.
내 자신을 아낌없이, 힘을 다해 돌보아 드려야겠다고.
우리는 밤을 지나 새벽을 여는 밝은집 어르신 섬김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