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제가 모실 겁니다.

관리자
2021-04-21
조회수 493


         2018. 1. 3.                  유 보현 목사

 

불과 두어 달 전.

여자 어르신 한분이 입소하셨습니다. 당뇨를 앓아 오신 와상 어르신이었습니다.

척추는 옆으로 휘었고 왼발 엄지발가락은 말갛게 부어올라 곧 터질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겉 상처가 아니니 약을 바를 수도 없고 그냥두면 곧 괴사가 될 것이므로 시급한 처치가 필요했습니다.

자녀들은 걱정스러워하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비단풀 찧은 것으로 감싸드려 보았습니다.

욕창 어르신이 입소하실 때를 대비하여, 강력한 살균 효과가 있어 욕창 치료에 신속하고 좋은 완치결과를 보이는 비단풀을 

여름에 곱게 찧어 냉동해 놓았었습니다.

하루 한차례, 드레싱을 하였는데 두 번 한 결과, 우리들이 기대하는 결과에 미치지 않았습니다.

다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유근피를 써보자는 의견이 모아지고 용문장날, 유근피를 사서 잘게 썰어 가루를 내어 붙였습니다.

단단한 유근피를 가루를 내느라고 원장님이 고생을 좀 했지만 다음날, 환부를 열어 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한번 드레싱을 했을 뿐인데 눈에 보일 정도의 호전이 있었던 것입니다.

가루내기가 힘들어서 자녀들에게 유근피 가루를 사 오라고 연락하고

정성을 다해 두 번째 치료를 하였습니다.

다음날 환부를 열어 보니 더 이상 드레싱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발가락이 다 나았습니다. 정상적인 발가락 모양이 되어 있었습니다.

말갛게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았던 발가락 속의 물은 어디로 빠져나간 것일까요?

놀랍도록 빠른 효과를 본 것입니다. 어르신의 건강도 양호해 지셨습니다.

그런데 자녀들이 음식을 가져다 드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당뇨 합병증의 위험을 말씀을 드리고 아직 안심이 이르니 음식을 가져오지 마시도록 간곡히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아드님이 또 음식을 가져와 드리고 있다는 직원의 보고를 듣고 요양실에 가보니 밀가루전과 붉은 장떡 부친 것을 

큰 그릇에 담아 오셔서 이미 어르신이 맛있게 드시는 중이었습니다.

중지 하시도록 하고 엄중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은 오늘, 아드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머니 발가락은 이제 다 나으신거지요?”

“예, 발가락은 이제 완전히 나으셨다고 봅니다”

“그래요? 오는 토요일 날 어머니를 퇴소해서 제가 모실 겁니다”

전화 내용을 전해들은 원장님이 걱정을 합니다.

“발가락 나은지 얼마나 되셨다고 . .”

원장님이 나를 보고 한마디 더 합니다.

“발이 다 나았으니, 음식 양껏 드릴려고 그러지 뭐. 목사님이 음식 마구 드리지 말라고 하는 게 싫고 기분 나빠서”

아마 그럴 겁니다. 아드님의 입장에선 듣기 싫었을 겁니다.

그러나 당뇨를 몸에서 완전히 떼 놓지 못한다고 해도, 돌아가실 때온 몸을 잘 보존하고 가시도록 돌봐 드려야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나는 이런 경우를 맞으면 아마 앞으로도 듣기 싫은 소리를 할 것입니다.

듣기만 좋은 소리보다 정말 유익한 얘기를 하며 살고 싶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 것은 잠간의 즐거움이지만 부모가 주신 사지백체를 온전히 관리하고 사용하다가 태어난 몸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것 또한 작은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자녀들은 좋아하시는 음식 드리고 싶겠지요. 

좋아하셔도 더 큰 고통이 될 음식은 피하고 드리자는 고집쟁이 나는 불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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