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 것, 낭만이 아니야
(2017.12. 17) 유 보현 목사
옛날, 눈이 발목을 덮을 만큼 왔을 때, 몇몇이 삼청공원엘 갔었다.
머리에 김이 오르고 발이 젖어들어도 눈뭉치 집어 던지며 무에 그리 우스운지 웃고 노래하고 즐거웠다. 지금은 아련한 옛이야기다.
오늘은 눈을 세 번이나 치웠다.
직원이 출퇴근 하고 택배차와 방문하는 사람이 드나들고 무엇보다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급히 일이 생기면 달려 나가야하니 진입로를 뚫어 놓는 일은 조금도 미룰 일이 아니다.
낮에 눈이 멈췄을 때, 이장님이 트랙터를 타고 달려 오셔서 진입로와 밝은집 아래 대문부터 안마당까지 왕복하시면서 밀어 주셨고
낮에는 직원들도 도와주었지만 눈 치우는 일은 언제나 힘에 부치다.
족저근막염이 아직 다 낫지 않은 원장님과 함께 컴컴한 새벽부터 눈을 치웠다.
이제 初冬인데 지난 겨울동안 만큼 눈이 온 것 같다.
저녁이 되니 몸이 무겁고 욱신거리는데 밤에도 눈이 오니 내일 새벽에도 나가서 쓸어야 한다.
나는 류마티스와 섬유근통증후근이 있다.
갑상선 때문에 추위 감각이 무뎌서 밖에서는 추운 것을 모르다가 방에 들어와서 뒤늦게 벌벌 떨기도 한다.
목에 이상이 생겨 한 달 넘게 매번 주사와 1일 3회 약복용을 했는데 낫질 않으니 병원에서 프레드니소론 계통의 약을 처방 했는데 혈압과 혈당 수치가 올라가고 부종이 나서 5일 만에 끊고 치료를 중단했다.
잘 듣지 못하시는 어르신과 오랫동안 큰 소리로 대화 한 결과다.
원장님은 “지금까지 온몸으로 고생을 너무해서 생긴 병들”이라고 진단했지만 정작 나는 이때껏, 고생이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고 힘들다고 몸을 사린적도 없는데 올 가을부턴 일이 겁이 나기 시작했다.
오른 쪽 다리가 약간 짧아진 듯 하고 다리를 뻗고 앉으면 오금이 바닥에 닿지를 않는다. 손가락관절 이상으로 세밀한 손 쓸 일은 할 수 없고 무거운 것 드는 일을 하면 발에도 뼈가 튀어 나온다.
오늘 눈을 세 번이나 쓸었더니 팔 오금관절이 조금 더 튀어 나왔다.
아랫 대문에서부터 윗 마당까지 100m가 넘고 폭도 대형차가 다닐 만큼 넓으니 그동안 잘 관리되던 건강이 악화된 것 같다.
이제 은퇴할 나이가 지났다.
며칠 지나면 2018년. 내년 1월 3일이면 28년째.
이제 손을 놓아야 할 터인데 결혼도 하지 않고 어르신들을 가족삼아 살아 온 원장님과 나는 자녀도 하나 없으니 내일도
새벽부터 눈을 치워야 한다.
몸이 쉴 수 있나, 이익을 남기지 않아도 남이 알아주길 하나, 요양원하는 사람은 다 불법 비리 범죄자로 몰려 치욕스런 소리
듣는 사회 인식에 ‘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도 믿어야 말이지.
남자 직원 한사람만 더 두어도 우리가 구리도매시장 안가고 정원에 풀 안 뽑고 새벽 눈 힘겹게 안 치워도 되는데, 그럴 수익이 나야지.
보호자들도 아마 모를걸.
직원들은 우리가 다른 이에게 운영을 넘길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우리 두 사람이 그만 두면 자기들도 그만 두겠다는 직원들이 있다.
이런 요양원이 어디 있겠느냐고 좀 더 올려 받으라고 한다.
사업이 아닌 복지를 하고 어르신을 위주로 운영하는 데는 없을 거(?)란다. 직원이 알아주니 고맙긴 하다.
다른 사람이 운영하면 당장 80인 시설로 입소 정원 늘려서 다른 요양원처럼 침대 가득 놓고 마당 정원에도 시설 더 지을게 분명하단다.
그건 목사님과 원장님이 밝은집 설립한 목적이 아니잖은가 되묻는다.
그렇지. 그건 그렇지. 49인 정원의 쾌적한 생활공간을 유지해야지.
그런데 내가 지금 힘이 들고 몸이 망가지고 있어.
원장님을 영입하면서 자유롭게 여행할 때가 온다고 조금 고생하자고 했고 언젠가 부턴 조금 더 견디자고 한 말을 요즘은 내가 바꿔서
말해 "걸어서 하는 여행이 힘들면, 우리 크루즈 여행 하면 되” 라고.
내일 새벽에 또 눈 치워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원장님께 또 말해줘야 할 것 같다.
“크루즈 여행은 안 걸어도 된대. 배안에 다 있어서 안 내려도 된대”
그런 날이 올까. 십년만 더 젊어도 할 일이 많은데 . . .
눈이 오는 것, 낭만이 아니야
(2017.12. 17) 유 보현 목사
옛날, 눈이 발목을 덮을 만큼 왔을 때, 몇몇이 삼청공원엘 갔었다.
머리에 김이 오르고 발이 젖어들어도 눈뭉치 집어 던지며 무에 그리 우스운지 웃고 노래하고 즐거웠다. 지금은 아련한 옛이야기다.
오늘은 눈을 세 번이나 치웠다.
직원이 출퇴근 하고 택배차와 방문하는 사람이 드나들고 무엇보다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급히 일이 생기면 달려 나가야하니 진입로를 뚫어 놓는 일은 조금도 미룰 일이 아니다.
낮에 눈이 멈췄을 때, 이장님이 트랙터를 타고 달려 오셔서 진입로와 밝은집 아래 대문부터 안마당까지 왕복하시면서 밀어 주셨고
낮에는 직원들도 도와주었지만 눈 치우는 일은 언제나 힘에 부치다.
족저근막염이 아직 다 낫지 않은 원장님과 함께 컴컴한 새벽부터 눈을 치웠다.
이제 初冬인데 지난 겨울동안 만큼 눈이 온 것 같다.
저녁이 되니 몸이 무겁고 욱신거리는데 밤에도 눈이 오니 내일 새벽에도 나가서 쓸어야 한다.
나는 류마티스와 섬유근통증후근이 있다.
갑상선 때문에 추위 감각이 무뎌서 밖에서는 추운 것을 모르다가 방에 들어와서 뒤늦게 벌벌 떨기도 한다.
목에 이상이 생겨 한 달 넘게 매번 주사와 1일 3회 약복용을 했는데 낫질 않으니 병원에서 프레드니소론 계통의 약을 처방 했는데 혈압과 혈당 수치가 올라가고 부종이 나서 5일 만에 끊고 치료를 중단했다.
잘 듣지 못하시는 어르신과 오랫동안 큰 소리로 대화 한 결과다.
원장님은 “지금까지 온몸으로 고생을 너무해서 생긴 병들”이라고 진단했지만 정작 나는 이때껏, 고생이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고 힘들다고 몸을 사린적도 없는데 올 가을부턴 일이 겁이 나기 시작했다.
오른 쪽 다리가 약간 짧아진 듯 하고 다리를 뻗고 앉으면 오금이 바닥에 닿지를 않는다. 손가락관절 이상으로 세밀한 손 쓸 일은 할 수 없고 무거운 것 드는 일을 하면 발에도 뼈가 튀어 나온다.
오늘 눈을 세 번이나 쓸었더니 팔 오금관절이 조금 더 튀어 나왔다.
아랫 대문에서부터 윗 마당까지 100m가 넘고 폭도 대형차가 다닐 만큼 넓으니 그동안 잘 관리되던 건강이 악화된 것 같다.
이제 은퇴할 나이가 지났다.
며칠 지나면 2018년. 내년 1월 3일이면 28년째.
이제 손을 놓아야 할 터인데 결혼도 하지 않고 어르신들을 가족삼아 살아 온 원장님과 나는 자녀도 하나 없으니 내일도
새벽부터 눈을 치워야 한다.
몸이 쉴 수 있나, 이익을 남기지 않아도 남이 알아주길 하나, 요양원하는 사람은 다 불법 비리 범죄자로 몰려 치욕스런 소리
듣는 사회 인식에 ‘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도 믿어야 말이지.
남자 직원 한사람만 더 두어도 우리가 구리도매시장 안가고 정원에 풀 안 뽑고 새벽 눈 힘겹게 안 치워도 되는데, 그럴 수익이 나야지.
보호자들도 아마 모를걸.
직원들은 우리가 다른 이에게 운영을 넘길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우리 두 사람이 그만 두면 자기들도 그만 두겠다는 직원들이 있다.
이런 요양원이 어디 있겠느냐고 좀 더 올려 받으라고 한다.
사업이 아닌 복지를 하고 어르신을 위주로 운영하는 데는 없을 거(?)란다. 직원이 알아주니 고맙긴 하다.
다른 사람이 운영하면 당장 80인 시설로 입소 정원 늘려서 다른 요양원처럼 침대 가득 놓고 마당 정원에도 시설 더 지을게 분명하단다.
그건 목사님과 원장님이 밝은집 설립한 목적이 아니잖은가 되묻는다.
그렇지. 그건 그렇지. 49인 정원의 쾌적한 생활공간을 유지해야지.
그런데 내가 지금 힘이 들고 몸이 망가지고 있어.
원장님을 영입하면서 자유롭게 여행할 때가 온다고 조금 고생하자고 했고 언젠가 부턴 조금 더 견디자고 한 말을 요즘은 내가 바꿔서
말해 "걸어서 하는 여행이 힘들면, 우리 크루즈 여행 하면 되” 라고.
내일 새벽에 또 눈 치워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원장님께 또 말해줘야 할 것 같다.
“크루즈 여행은 안 걸어도 된대. 배안에 다 있어서 안 내려도 된대”
그런 날이 올까. 십년만 더 젊어도 할 일이 많은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