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소 잡는 날” 정말 감사합니다.

유보현 목사
2023-04-29
조회수 264

                                                                         2023.4.28.    

밝은집 어르신들을 모시고 봄에는 드라이브를 합니다

북한강 벚꽃 길이나 팔봉산, 또는 가까운 비발디파크, 또는 ‘오크밸리’를 다녀오기도 합니다.

오며가며 창밖의 풍경을 보며 찬송가도 하고 흘러간 노래도 합니다.

올해는 봄빛이 아름다운 ‘오크밸리’ 골프장을 다녀왔습니다.

여러 곳을 다녔지만 어르신들은 ‘오크밸리’를 “우리나라 같지 않네!”

하시며 좋아 하셨기에 원장 전도사님이 운전하는 차에 4분. 내가 운전하는 차에 4분, 8분을 모시고 오후 1시 쯤 출발하였습니다.

모두 화장실을 다녀오셨으며, 물과 물티슈 휴지 음료수 과자 약간 그리고 멀미약을 한 시간 전에 드렸지만 혹시 모르니 비닐 봉투도 약간 챙겨서 

두 차에 나누어 싣고, 직원들의 ‘잘 다녀 오세요”하는 인사말을 들으며 출발 했습니다.

산과 들은 아름다웠습니다. 어르신들은 창밖의 경치를 열심히 내다 보셨고 우리는 굽이진 길은 천천히 돌며 조심스레 운전하였습니다.

‘오크밸리’에는 우리 어르신들이 잠간 차에서 내리셔서 만발한 꽃과 시원한 분수와 넓은 잔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시는 장소가 있습니다. 

밝은집 실내와 잔디 정원에서는 걸음을 걸으시는 분들을 모시고 갔으나. 차에서 오르내리실 때마다 한분 씩 부축을 하여 드려야 하는데 한분을 

차에서 내려드리고, 다음 분을 내려드리려고 하는 순간에 먼저 내려드린 한 여자 어르신이 서신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으셨습니다. 

깜짝 놀라 원장님과 둘이 양쪽에서 일으켜드리는데 어르신이 말씀하셨습니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 .”  

둘이 어르신을 들어서 차에 앉혀드렸습니다. 그래도, 그냥 돌아 올 수는 없으니 다른 분들의 사진을 몇 장 찍어 드렸습니다. 이 사진은 어르신들이 밝은집에서 생활하시는 동안 틈틈이 찍어 둔 다른 사진들과 함께. 조그만 앨범에 들어 갈 것입니다. 

다시는 못 뵈올 때가 이르면. 이 사진첩의 어르신들 모습은 자녀들에게 또 다른 의미가 될 것입니다.

주저앉으신 분의 상태가 걱정되어 급히 귀가하려고 차를 돌려오는데

이번에는 여자 어르신 세 분이 “소변 마려요!”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운전하랴 화장실을 찾으랴, “올 때 누꼬 왔잖아”“집에 갈 때까지 참아”하시는 다른 어르신 달래랴, 참 바빴습니다.

돌아오는 도중에 화장실이 보이거나, 가게가 보일 때마다 차를 가까이 대고 쏜살같이 뛰어 가 문을 열어 보면, 하나같이 쪼그리고 앉아야하는 

변기라 여자 어르신은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집은 아직 먼데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양평군에서 횡성으로 이어지는 6번국도, 군 경계를 조금 지난 서원면 삼거리에 “소 잡는 날” 이라는 식당이 보였습니다. 불문곡직하고 주차장에 차를 댔습니다. 뒤 따라 온 원장님 차도 옆에 댔습니다. 노인들이 가득타신 차가 들어오더니 운전자가 급히 내려서 “화장실 . .”하며 말씀 드리니 마침, 주차장에서 안으로 들어가시던 여자 분 한분이 “예, 안으로 들어 오세요”라고 허락하셨습니다. 

참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지금 세상은 부축해드려야 하는 “남의 어르신”들을 위해, 실내의 화장실을 열어 맞이해드리는 세상이 아닙니다. 

여러 어르신을 모시고 다니다보면 같은 돈을 지불해도 한 쪽 구석으로 인도되기 십상이어서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사는데 “소 잡는 날”식당은 

친절하시고 어르신을 공경해 주셨습니다.

여자 어르신 네 분의 화장실 사용은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눈치 없으신(?) 여자 어르신들이 급하다고 또 말씀하시니 남자 화장실도 개방해 주시고, 차례를 기다리시는 어르신을 위해 의자도 가져다 주셨습니다. 

일을 다 보시고 옷차림을 정돈해 드리고 이제 밖으로 모시고 나오는 도중에 저는 어르신의 체중을 이기지 못하여 책과 액자가 있는 서가에 부딪히며 옆으로 쓰러졌습니다. 머리에 조그만 통통이가 생겼지만 어르신은 저를 꼭 붙잡고 계셔서 별 일없고 액자도 부서진 것이 없어 다행스러웠습니다. 

귀가하여 오크밸리에서 주저앉으신 어르신을 모시고 병원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시술을 받으신 후 모셔왔습니다. 나으실 동안 누워계셔야 하니 욕창예방에 중점을 둬야 할 것입니다. 

어르신들을 밖으로 모시고 나가는 일을 그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밝은집 환경이 좋다고들 하시지만, 밖의 풍경도 보시고 바람도 쏘여드릴 욕심은 그만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르신 가장이 된지, 저는 33년 원장님도 21년. 나이를 잊고 살았는데 이번 드라이브는 많을 걸 깨우쳐줍니다. 원장님이 한마디 합니다. “뜻은 갸륵한데요, 이젠 옛날같이 생각하심 안돼요” 맞습니다. 어르신들과 잔디정원에서 놀아드리는 걸로 만족해야 겠습니다.

“소 잡는 날” 사장님과 오늘 도와주신 분들, 그리고 그 분들이 다니시는 풍덕원 성당 신부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