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휴양원에서 요양원으로

유보현 목사
2023-02-21
조회수 452

밝은집은 휴양원과 요양원, 독립된 두 건물이 있습니다

계곡 앞 큰대문에서 올라 오면 바로 보이는 잔디 정원과 "호산나교회 휴양원 밝은집"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건물이 휴양원이고

조금 위에  학교처럼 크게 넓게 지은 건물이 "밝은집요양원" 입니다.

아래 휴양원은 1991.1.3 서울에서 내려 와, "무의탁한 할머니들의 가정  밝은집"으로 사용되어 소천하실 때까지 함께 살아 온 건물이며

윗 건물이 노인요양보험이 실시되어 요양건축법에  근거하여 뒷산을  깎아 2012년 신축 이전한 밝은집요양원입니다.

지금도 아래 휴양원에는 가족과의 동거가 어려운 할머니 몇분이  1인 1실로 생활하고 계십니다

얼마전, 치매가 조금 진행되신 휴양원 어르신 한분은 요양원으로 전원되셨습니다.

요양등급 경증으로 재가서비스만 허락되었으나  홀로 사시기 어려운 어르신도 한 분 계십니다.

직원 한분이 식사와 관리를 맡고 있는데, 휴양원 월 생활비가 요양원 비용보다 저렴하나,  

무료로 모시던 옛 밝은집 생활공동체를 기억하고 계신 분들 중 어떤 분이 

유목사가 전에는 노인네들 장사까지 무료로 치뤄주더니 이제는 돈을 받는다고 하시더랍니다. 

어르신들 몇분의  월 생활비로는 사실, 직원 월급과 생활비가 충당되지 않으나  조금 보태어, 그러나 즐겁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부부 중, 할아버지는 요양원에 입소하셨으나 할머니는 아직 건강하여  요양원 입소가 허락되지 않으신 할머니가

밝은집 휴양원에 기숙하셨었는데,  노부부가 생이별을 하지 않고, 만나고 싶으실 때 만나시거나, 주일예배 때 만나셨습니다

그러다가 남편 어르신이 소천하시고 노쇄하신 아내 어르신도 요양원에 전원 하셔서 편안히 소천하셨습니다.

자녀들은, 부모님 모두의 생활보호에서 자유하며, 밝은집 방문으로, 부모님을 두분을 다 뵙게 되니 편하고 안심된다고 하셨습니다.

때로는 해외에 있는 자녀들이 노부모님을 뵙고 싶어 귀국하여 부모님을 가까이서 뵙고 싶을 때 한달씩 묵기도 하고

또는 먼 지방에 있는 자녀들이 부모님을 장시간 뵙고 싶을 때 하루, 이틀 묵기도 하십니다.

휴양원에서 사시는 분들은 건강이 약화되시면 요양등급을 받아 밝은집 요양원으로 전원 하시는데

주일은 요양원에서 함께 예배드리고,  요양원 어르신이 휴양원 정원에도 내려 오시고, 휴양원 어르신이, 요양원 정원에도 올라가 운동하시므로

요양원으로의  전원과 적응이  자연스럽습니다.

휴양원에 계시다가 요양원으로 옮기신 어르신은 저와 원장님을 보시면  한가족처럼 특별히 더 친근하게 대하십니다.

오늘도 휴양원에서 작년 가을 전원하신 김O례 어르신이 환하게 웃으시며 "밥, 식사 했어?"하고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사무실로 내려 오는데 "왜 벌써 가? " 눈빛에 섭섭함이 가득하십니다.

전에 이O배 어르신은,  제손을 잡고 당신 요양실로  이끄시더니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주시며

"이거 하나 잡숴 봐, 얼른 잡숴," 하며 방문쪽을 살피셨습니다. 저와 어르신, 두사람의 유쾌한 비밀이 하나 더 생긴  날이었습니다.

유방암이셨던  이O기 어르신은 내 손을 은근히 끌어다가 가슴에 대고 가만히 쳐다 보셨었습니다.  

휴양원도 제가족이고 요양원도 제 가족입니다.

밝은집은 날마다 잔칫집처럼 북적이며 무슨일이 있습니다. 하루가, 한달이, 일년이 , 똑 같은 듯 조금씩 다른 날이 참 빠르게 지났습니다.

아랫집에 있을 때, 응급상황 연락을 받고 윗집으로 급히 올라오려면  숨이 찹니다.

윗집에 있을 때, 방문이 잠겨 못들어 가신다는 휴양원 어르신 전화를 받으면  아랫 집으로 급히 내려오면서  조심 조심 합니다.

밝은집 봄. 조금 더 있으면, 회양목 붉은 겨울 옷은, 초록 봄 옷으로 갈아 입을 것 입니다.

작년 가을, 이른 된서리에 오그라진 단풍잎이, 새 잎에 밀려 겨우내 붙잡고 있던 가지에서 떨어져 날리고, 가지마다 뾰족한 새순이 나오겠지요

꽃잔디와 연산홍이 꽃잎을 열고  키 큰 벚나무는  꽃그늘을 만들겠지요.

오늘 보니 버들가지 솜털이 볼록해 졌습니다.

새들도 찾아 와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르신들 손이 열매에  닿으시도록, 정원의 대추나무 자두나무 체리나무  앵두나무  살구나무 . .

아담하게 자라라고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박선생님이 머루나무 가지 껍질도 벗겨 주었습니다.

따뜻한 봄날에는 어르신들도 아랫마당, 윗마당, 잔디위에서 봄볕을 맞아  조금은 그을리신 얼굴로  자꾸 나오시겠지요.

해먹도 먼지 털어  세워 놓아야 겠어요.

탈영병처럼, 무단 가출을 하시려는 어르신을 눈빛으로 좇는 감시꾼도 되어야 겠지요.

집이 3,000평이나 되니, 대식구가 모여 사니,  윗마당, 아랫마당, 윗집, 아랫집, 하루가 빨리 지나갈 것입니다.

봄 볕에, 봄바람에 그슬리고 거칠어져도, 부지런히  이리 저리 할일이 많겠지요.

 올봄에는,  소풍나온 가족처럼, 위  아래 정원  파라솔 아래서 

손잡아 쓰다듬고 어깨를 고이 안아드리며 자녀분들과 그리워하시던 부모님이 맘껏 만나실 수 있을까요?

어르신은, 휴양원 평상위에서, 대청마루에 앉으신 듯, 눈에 밟히던 손자 증손녀 재롱 보시고 즐거워하시고

자녀들은 준비해온 불고기 굽고, 어르신 입에 음식을 넣어 드리는 광경을 볼 수 있을까요?

그리 되기를 소망합니다.

햇볕에 그슬리는게 문젭니까?   

호미를 들고  헐렁뱅이 옷을 입고 있으니, 잡초 뽑는 할망으로 알아 택배 기사가 말을 놓아도, 그게 뭐 대숩니까?

휴양원 요양원  윗집 아랫집 오르내리며 화목한 한집처럼 편안한 웃음소리 들으면 그보다 더 좋을 일이 무에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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