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생신날 풍경

유보현 목사
2022-01-14
조회수 415

오늘은 1월 생신잔치 날 입니다.

전에는 어르신 생신날마다 조촐한 생신 음식을 나누는 것으로 지냈는데

지금은 한달에 한번씩 날짜를 정하여 그 달의 생신 어르신을 함께 해드립니다.

오늘은 여섯분이나 되시니 식탁이 좁을 지경입니다.

소고기 미역국과 몇가지 특별 음식을 만들어 드리고

 식탁을 두개 이어 놓고  시루 떡과 케익과 과일 과자 등으로 생신상을 차리고

고깔모자를 쓰고 꽃다발을 안고 계신 주인공 어르신들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앉아 계시고

세 분은 그냥 의자에,세분은 휠체어에 앉으셨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생신 날은 국경일과 동급의 날입니다.

어버이날 노래를 불러드리고 생신축하 노래를 불러 드리면서 촛불을 불어 끄시고

제가 간단한 건강과 평안을 비는 기도를 했습니다.

매번 생신 날마다 다음 생신을 맞으실때까지 건강과 평안하셔서 명년 생신도 축하받으시기를 기도하지만

아마도 몇분은 그보다 먼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분도 계실것입니다.

지난 달에는 욕창이 심하여 오셨던 어르신이 고깔을 쓰고 휠체어에 앉으셨었습니다.

피부가 고운 어르신의 맑은 아기같은 얼굴이 불빛아래  반짝였습니다.

요양원 일을 하면서 모든 직원들이 느끼는 마음이 있는데 그것은, 

회생하시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어르신이 건강을 많이 회복하시고 뺨에, 엉덩이에 살이 오르고

점점 생기가 나는 눈을 떠서 바라 보실 때의 기쁘고 보람된 행복입니다.

보호자님께 생신 상 앞에 앉으신 어르신들 사진을 보내드렸습니다.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노시거나 프로그램하시는 사진을 찍어, 괜찮게 나온 어르신 사진은

조그만 개인 앨범에 게속 넣어 두는데 언젠가 소천하여 밝은집을 영영 떠나실 때, 자녀분에게 드릴것입니다.

아리랑과 노들강변과 주안에 있는 나에게 찬송을 불러드렸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부르느라 숨이 차지만 뚜껑은 열어 놓았고

 어르신도 박수치면서  따라 하시니 다음 순서는 직원들이 맡아서 기쁨조가 되겠지요.

내년에는 어느 어르신이 저 자리에 안계실까요?

오늘이 마지막 생신 차림상을 받으시는 분도 계실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매번 더 잘 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르신과의 생활은 날마다 "의미" 입니다

문득, 어르신들을 가만히 자켜보면,  노르웨이, 드높게 웅기한 돌산 중심에, 

깊고 넓고 잔잔하고 푸른, 태고적 빙하가 녹아내린 물길을 만든 피요르 앞에 선 느낌입니다.

한 분, 한 분이 한 역사이십니다.

어르신들은 길을 내셨습니다. 우리가 달리는 것은 어르신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조그만 물길이 대해를 향하는 큰 물길이 되어, 산처럼 큰 배를 안고 어르며 달리게 했듯이

어르신들이 몸으로 맘으로 情으로 틔워 주신 물길을 따라 후대들이 문명의 피요르에 다다르게 된것입니다.

어르신들을 후대들이 귀히 섬겨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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