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가을겆이

유보현 목사
2021-10-04
조회수 398

휴양원 마당가에  앵두나무  대추나무  복숭아 나무 오야주나무를 심었습니다.

대추나무가 키만 자라고 열매 구경을 못했는데 알아 보니

늦봄 꽃 필 때 부터 거름을 듬뿍 주라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대추를 먹어 보자, 왕대추를 맛 보자. 

꽃망울이 보일 때 부터 거름을 듬뿍 주었더니 주렁 주렁 열렸습니다.

물주고 거름주고 조석으로 요리 조리 나무를  둘러 보며 대추 크는 것 보는 재미가 컸습니다.

대추차를 만들어 밝은집 온 식구가 먹어도 여러 번 먹겠네 . . .  가을이 되면서 하나 둘 대추도 익어 가고

저와 원장님의 대추 꿈도 익어갔습니다.

가을 볕이 좋은 날, 밖에 잘 나오지 않으시는 휴양원 어르신에게 자랑스럽게 대추를 보여드렸습니다

"아이고, 대추가 잘 열었네요, 이게 도대체 몇개야? 참 많이 열었네요"

즐거워 하셨습니다. 뿌듯했습니다.

거름 주기는 계속되었고 대추도 몽실 몽실 더 굵어졌습니다.

추석을 사흘 앞 둔 날 아침, 나무 아래쪽에 달린 대추가 사라졌습니다.

휴양원을 들어 가니 어르신이 큰 일 하신 듯, 말씀 하셨습니다.

"추석 되기 전에 대추 따야 해요, 그래서 손 닿는곳에 있는것 따서 널었어요"

당신 방안에 펼친 종이 위에 사라진 대추들이 누워있었습니다.

 이 대추는 신품종이어서 익은 다음에 따는 늦대추라고 설명 드렸더니

"그래요? 우린 추석 전에 따서 제사지냈는데 . .  늙으면 죽어야 해, 그래서 . ."

어르신의 말씀이 또 맘에 걸립니다.

대추나무 위쪽에 달려있는 잘 익은 대추 몇개를 따서 드렸습니다

"이렇게 나무에 달린채 커가면서 다 익은 담에 따면 더 달아요"

"정말 더 다네요. 잘익어서 겉이 다 터졌네" 웃으십니다.

슬그머니  뒤꼍  밤나무 아래로 가서 풀섶을 헤쳐 알밤을 줍는 재미로 마음을 바꿉니다.

요양원 어르신들께는 미리 말씀 드렸습니다.

밤나무에서  알밤을 주워 겉껍질을 까서 말리고 있는데, 정월 대보름에 오곡밥 지을 때

넣어 밤밥을 지어드리겠다고 . . . .

요양원 정원  나무그네 위에 여름내 그늘을 만들던 다래나무는 무성한 잎은 다 떨구었어도

아직 단단한 열매를 꼬옥 붙들고 있습니다.

날씨가 더 추워지면 말랑 말랑 단맛이 들고, 그 때가 되면 따야겠지요.

이 가을, 하나님이 키워 주신 열매 겆는 일이 여간 재미있는게 아닙니다.

하나님은 계절마다 다른 재미를 주십니다.

변덕 많고 싫증 잘내는 우리들을 속속들이 아시고 계절마다 다른 재미를 주시는

참 좋으신 하나님이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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