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작명가 어르신.

유보현 목사
2024-06-04
조회수 119

점심시간에 어르신들을 살펴 드리고

사무실로 내려 온 원장님이 이유도 모를 웃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무슨 이유인 줄도 모르지만, 저도 따라 웃으며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나' 하고 기다렸습니다.

"글쎄, 이O희 어르신이 나를 보시고 '직원 할머니,  올라 오셨구려' 하셔서 내가 웃었더니

'나도 다 알아요, 직원 할머닌 거' 하고 자신있게 말씀 하셨어요"하며 다시 웃었습니다.

작명가(?) 어르신이 오늘, 원장님의 호칭을 다시 바꾸신 뉴스를 듣고 모두 웃었습니다.

이제까지는 "사장님"으로 부르셨는데

어르신이 "직원 할머니"로 강등 시키셨으면 이제부터 원장님은 직원 할머니가 되신 겁니다.

원장님을 직원 할머니로 강등시키셨으니, 이O희 어르신은 화장님이시겠지요?

어제는 너무 슬픈 표정으로  "우리 아들이 죽었다는 소릴 들었는데 어쩜 좋아요?" 하셔서

" 아녜요~. 이장님들은 외국 가실 때가 많아요. 이장님 회에서 일본 가신 지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도 사흘은 있어야 오시고, 그 후에나 어머니 뵈러 오실 꺼예요 " 

저의 응급처치(?)로  겨우 안정되셨는데 오늘은 아주 기분이 좋으시답니다.

원고 없이 그때 그때, 우울증과 섬망에서  전환하시도록,  어르신들의 개성과 입장에 따라 

'적절히 지어 내어, 그러나 진지하게 대화로 드리는 말' 을  효험있는 약을 드리듯 자연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매 약을 가능하면 적게 드리려는 노력인데, 어쨌든 거짓 말씀을 드리는 것이니 죄가 될까요?

원장님이 할머니라 . . .괜스리 좀 미안해서  원장님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라고 하셔서 기분 나빠요?" 

"아뇨, 어르신 기분이 좋으시면, 그게 제일 좋은 거지요"

그럼 된 겁니다. 

사실은 원장님도 이젠 할머니입니다. 벌써, 22년 가족입니다.

어느 때는 "어르신" 이라는 부름 보다 "할머니" 라는 호칭이 가족같고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르신은,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 . . 한 집에서  식사하고 잠자고 모여 사는 한 가족이니까요.

가족 간에는 어르신이라고 부르지는 않지요. 

 **또 하나의 가족- 밝은집 요양원.**

자녀분들이 노 부모님 수발을 우리 밝은집에 위탁하신 일이, 부모님께 죄송하거나,  마음 불편해 하지 않으시고

또 하나의 가족이 모시고 계시다고 맘 편히 생각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사무실 앞 벽면에 쓰여있는 글 그대로  **또 하나의 가족, 밝은집** . . .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 새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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