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대를 이어서....안심입니다.

유보현 목사
2026-04-13
조회수 35

2026.3.26


신O자 어르신이 밝은집 가족이 되신지 5년만에 소천하셨습니다.

처음부터 대화가 잘되지 않았고, 늘 온돌 요양실에서 앉았다 누웠다 하시며 조용하시다가 간혹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실 때도, 

표정의 변화가 없으시니  옆을 지키며 앉아 있어도, 대화 한 마디 나눌 수 없었습니다. 

운동이라도 하시도록 요 옆에 어린이 놀이매트를 깔아드리고, 이리 저리 자유롭게 움직이시면 

“잘 하셨어요!”하며 박수쳐 응원해 드리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원장님이 새로운 시도를 했답니다. “언니, 언니!” 아주 명랑하게 불러드리고, “잘 주무셨어요?”하기도 하고, 식사를 맛있게 드시는 것이 감사하여“식사 맛이 어떠셔요? 옛날에 그렇게 음식을 맛있게 만드셨다면서요?” 하며, 이야기를 하였답니다. 

그래도 어르신의 무표정과 침묵이 계속되던 중, 아침 라운딩을 하던 원장님이  웃으며 “언니, 언니, 잘 주무셨어요?” 하였더니, 머리를 끄떡이시며 “으응”하셨답니다. 함께 라운딩하던 직원들이 깜짝 놀라며 기뻐하고 어르신의 대답을 들으려고 각자, 노력(?)을 하였답니다.

저는 원장님에게 ‘잘했다’고 하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목사님이 그 전에 오정순 어르신에게 하시던 생각이 나서 저도 어르신에게 대화를 해 본 거지요”. “아 오정순 어르신!” 저도 옛날이 생각났습니다. 65세, 이른 나이에 몸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자세로 굳어 있어서, 편히 누워 주무실 수도 없던 상태로 오신 분, 

우리는 누워 주무시도록 노력하였고 다행스럽게도 무릎 부분만 약간 고여 드리면 편히 누워 잠드실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분의 눈빛이 조금씩 안정되고 편안해하시면서, 바라보시는 눈빛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 것 같던 어느 날, 약간의 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대답을 강요하지 않는, 그저 평범한 일상의 대화. “진달래 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오늘은 두 개 피었는데 내일은 더 많이 피겠지요?”

“너무 가물어서 큰일 났어요, 개울 물이 말라서 논에 댈 물도 없대요” 그런 저를 보고 원장님은 조용히 웃기만 했습니다.

 모두들 ‘헛일을 한다는 눈치였지만 저는 희망을 가지고 눈을 맞추며 계속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2개월이 지날 즈음 “오늘은 비가 오네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비가 와?” 하셨고, 그 후 거실에 나와 웃으시면서 짧은 대화 정도는 가능해진 일이 있었는데, 원장님이 20년도 더 지난 그 일을 떠올리며 신O자 어르신에게 대답을 기대하며 적용했던 것입니다. 

저는 남모를 안심을 느끼며. 참 기뻤습니다.

저도 36년 세월에 나이가 많아지니, 밝은집의 정신, “어르신 중심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보자” “더 잘할 수 없을까? 항상 생각하자”이런 설립의 뜻이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컸습니다. 

보호자님 중에는 “우리 어머니 돌아가실 때까지는 목사님이 계셔야죠”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제가 없어도 이렇게 밝은집 정신은 이어질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원장님 노력으로 신O자 어르신도 그렇게 간간이 마음을 열어 주시다 가신 것이 감사하고, 돌아보니 그동안 여러 가지 기쁜 일이 많았습니다.

좋은 시절 다 보내도록 고생했다고 하시는 분들에게 조용히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쁜 일도 참 많았어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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