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추석, 다시 송편을 빚으며. . .

유 보현 목사
2023-09-29
조회수 154

내일은 추석입니다.

해마다 송편을 빚습니다.  거실에 모여 앉아서.

누구든지 만들고 싶으신 분은 환영입니다.

팔도 솜씨가 다 나오고

직원이 사이 사이 끼어 앉아 떡 반죽도 떼어 이 그릇, 저 그릇에  담아 가까이 가져다 드리고, 속 넣으실 것도  보충해 드립니다.

뒤늦게 합류하시는 분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 드립니다,

만들고 싶으셔도  내려 앉으실 수 없는 분은,  소파에 앉으신 채로 만드십니다.

너무 얌전하셔서  자원하지 못하시는 분은, 조그만 떡 반죽을 떼어 드리면

송편빚기가 끝 날 때까지,  그것으로 단 한 개의 작품을 만드십니다.

남자 어르신들도 구경하시고  광장을 빼앗기신(?) 김O제 어르신은 옆에서 화투놀이를 하십니다.

시끌 벅쩍 합니다.  어르신 모신 가정, 대 가족이니 명절엔  이래야지요.

드디어 일이 끝나고 손을 털고 어르신들을 편한 자리에 모셔 앉혀드리고

조리실에 가져가서 송편을 쪄 왔습니다.

이O순 어르신이 속을 넣지 않으신 채로 동그랗게 만들어 가운데를 꾸욱 누르고 끝내신 것을 보았으므로

살그머니 "속 안 넣으신  동글 납작 송편이 있을 텐데 그건 우리가 먹읍시다" 했더니

"그 거, 나중에 속을 다 넣고 쪘어요"

직원이 고맙습니다. 어르신이 민망하지 않으시도록, 조용히  맛있는 밤으로 속을 넣어 준 직원의 마음이 따뜻합니다.

송편을 못 드시는 분들은  안전한 간식과 식혜를 드리고

송편을 드시는 중 혹시라도  목에 걸리실까 염려되어  

송편 그대로 드리는 분, 잘게 썰어 드리는 분을 살펴 나누었습니다.

떡보다 식혜를 먼저 드렸습니다. 더 드실 분은 조금 더 드렸습니다.

금방하여 금방 쪄 드리니 모두 맛 있다고 하셨습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음식을 드려야지요.

서울 경기 지방은 추석에 토란국을 먹습니다.  

해마다 추석에는 토란 국을 끓이는데 안 드시려는 분에겐 토란이 얼마나 몸에 利하고 좋은 것인지 설명해드려야 합니다.

원장님이  

 " 작년만 해도 떡방아간에서  쑥을 넣어 빻아 줬는데 올해는 떡방아 찧는 것 보다

   송편 만들어 파는 것에 더 치중하는 것 같아요. 내년엔 봄에 쑥을 캐서 얼려 놔야겠어요"

  내년 봄에는 원장님과 저에게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엄동을 이기고 봄볕에  봄바람에  쑤욱 올라온 약초같은 쑥을 캐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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