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비단풀 이야기

유보현 목사
2023-08-05
조회수 180

                                                   2023.8.5.                                         유 보현 목사

어제 오후. 시설장님이 제게

“목사님, 사무실 마당에 난 비단풀을 끓여서 김O희 어르신을 드리면 어떨까요? 지금 별 약이 없다고 하는데

비단풀을 끓여서 먹여 드리고 상처에도 꺼즈에 적셔서

환부에 한번 사용해보고 싶은데 비단풀 좀 캐다주세요”

밖은 34~5도 땡볕입니다.

“나 안해. 나도 힘들어. 저 땡볕에 지금 어떻게 나가?”

시설장님이 아무 말도 더 못하고 대화가 끝났습니다.

밝은집 어르신을 위한 일에 내 한 몸 힘들다고 이렇게 단칼에 잘라 버린 일은 없었던 듯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자꾸 창문 밖, 비단풀을 내다보면서 “저렇게 모진 터에서 자란 비단풀이 약효가 좋지”하면서, 건물 그림자가 마당에 그늘을 드리울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원장 전도사님에게 시설장의 제안을 얘기했더니 “나도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 시설장이 그렇게 해보고 싶어 하면 한번 해 봅시다. 또 알아요? 욕창 치료처럼 효과를 보게 될지“.

시설장님은 간호장교 출신입니다. 의료인의 특징은 밝은집 경험에서 나온 간호법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전에 병원에서 욕창이 깊어진 어르신을 모셨는데 우리가 비단 풀로 우리 방식대로 치료하면 회복이 빠를 터인데 우리를 신뢰하지 않고 간호팀은 보통의 방식으로 드레싱하여 악화시키고 난 후, 밝은집 방식의 치료 효과를 체험하고 비로소 따랐습니다.

나와 원장님은 부임 8개월 시설장님의 그런 제의가 반가웠습니다. 의료인은  이런 치료법을 인정하지 않는 게 보통인데, 내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아직 땡볕이 무서운데 상자 하나 들고 호미들고 마당으로 나가 두어 번 끓여 드릴 비단풀을 채취하였습니다.

석분 깔린 사이 사이 메마른 곳을 터 잡고 자란 비단풀이 고마웠습니다.

원장님이 즉시 씻어 방에 펴 놓고 선풍기 바람으로 물기를 말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사무실에서 원장님을 보자 마자 물어보았습니다. 비단풀을 끓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원장님이 “오늘 아침 끓여서 벌써 드리고 있어요. 직원들이 한 모금이라도 더 드리려고 애쓰고 있어요”.

참 기쁩니다. 이래야 밝은집이지 . . .

“김O희 어르신이랑 김O순 어르신 두 분을 드리고 있는데 맛이 없으시니 애교로 드려야 드신대요.

꿀을 타거나 설탕을 넣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천포창이란 자가면역 질환으로 입원, 검사를 반복하시는데 치료가 잘 안되시는 어르신과, 욕창으로  고생 중 오셧으나 욕창보다 온몸의 가려움으로 “나 좀 죽여줘.” 하시다가,조금이라도 편케 해 드리려고 손으로 쓸어 드리는 직원에게 

“나 갖다 버려” 하시며 미안해하시는 어르신. 두 분의 고통이 감해지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모두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습니다.

하나님! 두 어르신, 편안하게 해주시고, 직원들 고운 마음을, 축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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