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활 일 기

새벽에 찾아 온 불청객

유 보현 목사
2023-07-28
조회수 216

새벽 3시 10분.

잠결에 윙윙 사각 사각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을 켜고 보니 커다란 말벌 한 마리가  들어 와  전등을 맴돌며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옆방의 원장 전도사님이 깰세라,  살그머니 일어 나  말벌과 대치하며  한방을 노렸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전등에 앉은 말 벌.

정확히 조준하고 킬라 를  힘 있게 뿜었습니다.

그런데 상대는,  너무나 힘 센  놈이었습니다.

아래로 떨어지지도 않고,  도망 가지도 않고,  내 어깨에 침을 꽂았습니다.

할 수 없이 전도사님을 깨우고, 급히 쏘인 자리 근처를  찔러, 부항기로 검은 피를 빼내었습니다.

그리고 양평병원 응급실로 급히 달려가, 주사를 맞았습니다.

한 밤 중에도 불이 켜진, 병원 응급실과 의료진이 참 고마왔습니다.

말벌은, 한번 쏘면 죽는, 작은 벌들과 다르답니다.

몇 차례 연속으로 침을 쏘아도 살아, 적을 향해 맹렬한 공격을 한답니다.

머리에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올해는 말벌이 더 기승하는 것 같습니다

원장 전도사님은 엄지 손가락을 쏘였는데 카드로 긁어 침을 빼고 비단 풀을 붙이고 동여 매고 있어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그대로 나은 것 같습니다.

꿀벌은, 방안에 들어 오면 잘 안내하여(?) 밖으로 모십니다.

그런데 봄 지나고 여름도  중반인데, 얼마 있으면 입추가 되어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이 불텐데

나비도 꿀벌도 고추 잠자리도 눈에 잘 띄지 않고 말벌만 요란하게 날아 다닙니다.

말벌은 꿀벌을 잡아 먹는다고 하니,  앞으로 말벌이 들어 오면 반드시 잡아 꿀벌을 보호하고

새벽에 무단 침입한 죄, 나와 원장 전도사님에게 침을 쏜 죄, 꿀벌을 죽여서, 농업을  방해한 죄를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말벌이 윙윙 사각 사각 소리를 내면서  방안을 선회 하면 좀 무섭습니다.

침대에 모기장을 쳐 놓고 들어 가 있어도 잠이 쉬이 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르신 계신 곳은 피하여 제방에만 오는 것이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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