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씀 나 눔

불경한 목사의 민망한 주일일기

관리자
2021-04-20
조회수 389

주일 예배를 마치고

어르신들과 합창을 한다.

“우리 학예회 연습 노래 해보실까요? 시작이 어떻게 되죠?”

“사람을 보며”

“예, 다같이~ 사람을 보며 세상을 볼 때 만족함이 없었네~”

소리 소리 큰소리로 노래부르기를 시작한다.

이 노래, 모르시는 분은 섭섭지 않으실까?

“다음은 아리랑 합니다. 남북이 함께 올림픽 갈 때 부르는 국가.”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은 모두 부르신다.

“담엔 애국가 해보실까요? 애국가 모르시면 간첩이예요.”

“동해물과 백두산이~”

“노래도 크게 부르셔야 오래도록 식사 잘 하십니다

자 다음은 무슨 노래를 할까요?”

“낙동강 강바람에”

“예? 그럼 한번 다 같이 효녀 노래하겠습니다”

목사가 주일날 흘러간 가요를 한다. 

까운을 입고.

하나님 봐 주세요. 

이렇게 하면 나중에 찬송가도 배우셔요.

사진 박은 초청장도 만들어 학예회에서 부를꺼예요.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민망해서 마지막은 찬송가로 마감한다. 

찬송가 455장.

“자아~ 찬송가로 오늘 합창 연습 끝냅니다~”

“주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가족들 떠나 어릴 적 벗 하나 없는 요양원에서

가만히 앉아 TV만 보실 땐 괜히 마음이 아리다.

내가 놀아 드려야지, 가족이니까.

내가 노래 선창 해야지, 어르신 벗이 되어 드려야지.

주일날은 하지 말까? 목사 가운을 벗고 할까?

하나님은 어떤 걸 원하실까.

이런 노래하는 것? 이런 노랜 안 하는 것?

목사는 경건해야 하는데, 경건을 항상 연습해야 하는데...

그래도 어울려드리고 싶다. 

주일이라도 목사 가운을 입고서도.

“나는 인애를 원하고 제사를 원치 아니하며 번제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을 원하노라“ (호세아 6:6)


2014-07


0